[내부제보실천운동 성명서]
내부고발자까지 내란범으로 세울 것인가
홍장원·조성현 기소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권창영 종합특별검사는 지난 8월 19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의 실행 과정 안에 있었지만, 동시에 그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증언을 한 인물들이다. 홍장원의 증언은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을 규명하는 핵심 근거가 되었고, 조성현의 증언은 국회에 투입된 병력의 움직임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앞서 내란특검을 비롯해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책임의 경계는 정확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최고 권력자가 군과 정보기관, 경찰 등 국가의 지휘체계를 동원한 '위로부터의 내란'이었다. 군과 정보기관은 명령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명령체계 안에 있었다거나 초기에 일부 명령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된다면 책임의 범위는 끝없이 넓어진다. 대법원은 12·12 및 5·18 사건에서 국헌문란 목적을 알고 이를 받아들여 행동한 것이 입증되어야 공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을 보면 두 사람은 계엄의 기획자도 핵심 지휘자도 아니다. 홍장원은 정치인 체포 지시를 집행 부서에 전달하지 않았고 국정원 요원을 체포조로 보내지 않았다. 조성현은 상부의 승인 없이 부대 복귀를 명령한 유일한 지휘관이었다. 두 사람의 행적이 내란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의문이다.
내부고발자는 사건 밖에 서 있던 사람이 아니다
내부고발자는 대개 조직의 주변인이 아니라 핵심적 위치에 있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불법행위의 실행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했던 사람이 내부고발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사건과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알 수 없다. 내부고발이 성립하는 조건 자체가 그렇다.
우리 법도 이 현실을 인정한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6조는 신고와 관련하여 신고자 자신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이번 사안에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별표에 열거된 법률의 위반행위만을 신고 대상으로 삼으며, 형법상 내란죄는 여기에 없다. 헌정질서 파괴를 폭로한 사람이 정작 아무런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책임감면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에 머물러 있다. 제도가 예측 가능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제도를 믿고 침묵을 깨지 않는다.
이번 기소가 남길 신호를 우려한다
처음 일부 명령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이후 명령을 거부하고 진실을 밝힌 행동까지 내란 가담으로 묶인다면, 다음번 비슷한 상황에서 공무원과 군인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한번 명령을 따랐으면 뒤늦게 진실을 폭로해도 결국 범죄자가 된다는 선례는 조직 내부의 이탈을 촉진하기는커녕 침묵과 복종을 강화한다. 불법성을 깨닫고 명령을 거부하며 진실을 폭로하는 일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그 결단의 대가가 피고인석이라면, 다음 사람은 결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기소가 보복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도와 무관하게, 제보자가 자신이 폭로한 사건의 피고인이 되는 선례는 남는다. 제보자의 과거 업무를 뒤져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은 우리가 수없이 목격해 온 보복의 전형이다. 국가기관의 판단이 그 방식에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번 기소는 진행 중인 내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두 사람의 진술을 유력한 증거로 삼았다. 핵심 증언자가 피고인이 되면 내란 주도 세력은 그 증언을 '공범의 자기변명'이라고 공격할 것이다. 책임의 범위를 넓히려다 진실 규명의 토대를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우려한다.
내란은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엄정함은 처벌하는 사람의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내란을 계획하고 지시하며 끝까지 실행한 사람과, 명령체계 안에 있다가 불법성을 인식하고 이탈하거나 저지한 사람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법치의 엄정함이다.
이에 내부제보실천운동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종합특별검사는 특검법 제21조 제3항이 정한 협의 절차를 즉시 이행하고 그 결과를 밝혀라.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기 어렵다면 재판 개시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하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두 사람이 불법성을 인식한 뒤 명령을 거부하고 진실을 밝힌 행위를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6조의 취지에 따라 책임 판단에 반영하라.
하나, 국회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신고 대상을 별표에 열거된 법률로 한정하는 방식을 포괄주의로 전환하고, 재량에 머무는 책임감면 규정을 필요적 감면으로 개정하라.
하나, 정부와 국회는 제보자를 겨냥한 보복성 고소·고발과 형사절차 남용을 억제할 실효적 장치를 마련하라.
법원은 내란의 주요 가담자와, 불법에 제동을 걸고 진실을 밝힌 사람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번 권력의 불법한 명령 앞에서도 누군가는 침묵과 복종이 아니라 거부와 증언을 선택할 수 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진실을 밝힌 이들이 그 대가로 홀로 남겨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6년 8월 24일
내부제보실천운동
